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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8년 하안거 결제에 부쳐-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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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작성일24-05-25 14:19 조회1,7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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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2일 불기 2568년 갑진년 하안거가 결제(結制)했다. 이날 전국 100여 개 선원에서 2000여 명의 수좌가 100일 간의 정진을 시작했다.

종정예하 성파대종사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위로는 한 조각 기와도 없고 아래로는 송곳 꽂을 데도 없도다. 해가 지고 달이 떠도 알 수 없어라. 이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산문출입을 삼가며 하안거를 결제하는 수선납자여, 가난하기는 범단(范丹)과 같으나 그 기개는 항우(項羽)와 같도다. 육화로 화합하며 화두참구에 힘쓰니 6월 염천이 오히려 서늘하도다”라며 간단(間斷) 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종정예하의 법어에 담긴 깊은 뜻은 결제 대중들에게 화두가 되고, 항우 같은 기개는 화두 타파를 향해 나아가는 무한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해마다 두 차례 찾아오는 안거(安居)이지만 마음가짐은 늘 새롭다. 견성(見性)을 위해 이번 안거에는 백척간두 진일보하겠다는 굳건한 원력을 다졌을 것이다. 결의는 전장에 나가는 결사항전 무장(武將)의 각오가 무색할 것이며, 먹이를 본 호랑이, 독수리의 맹렬함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종정예하의 당부처럼 안거 내내 결제 당시의 초발심을 놓지 않아 6월 염천 더위마저 누그러뜨리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7월 보름 산문을 나설 때는 화두가 순일해지고 마침내 ‘마음의 고향’에 이르러 눈 밝은 안목자(眼目者)로 화(化)하기를 기대한다.

선(禪)은 완성된 인간을 향해 불교가 창안한 유일하게 바른 길이다. ‘인간 완성’은 성철스님이 말한 생명의 참모습이다. 성철스님은 “만법의 참 모습은 둥근 햇빛 보다 더 밝고 푸른 허공 보다 더 깨끗하여 항상 때묻지 않는다”라고 찬탄했다. 이를 찾아가는 선(禪)에 대해 규봉 종밀선사는 “마음에 망념이 일어나지 않은 순수한 마음, 곧 비어 고요한 마음 그 자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으니, 역대 모든 조사는 물론 선현이 찾고자 했던 길이다. 성리학 등 수많은 고준한 철학 사상이 참모습 찾는 길을 제시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대해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학문은 거울에 먼지를 자꾸 더하는 것이어서 생사고를 더 깊게 하고, 참선해야 먼지를 털게 되어 생사고를 여읜다”고 했다. 비록 인간완성에 이르지 못한다 해도 그 공덕이 수승하니 영명선사는 “참선을 하면 설사 듣고 믿지 않더라도 성불(成佛) 종자는 심었고 공부 하다가 성취를 못해도 인간과 천상의 복은 훨씬 지난다”고 했다.

선(善)도 악(惡)도 버리고 오직 화두 하나만 의심하라는 가르침은 염천(炎天)의 수선납자(修禪衲子)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지침으로 삼는다면 그 공덕이 수미산을 덮을 것이다.

[불교신문 3822호/2024년5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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